셋이 들어갔다가 셋 다 조용해져서 나왔습니다. 나쁜 말을 들은 것도 아닌데 웃으면서 나온 사람이 없었어요.
서른 넷, 부산 삽니다. 회사 동기 둘이랑 갔어요. 원래 한 명만 보려던 건데 나머지가 재미 삼아 따라붙었다가 셋 다 보게 됐습니다 ㅋㅋㅋ
먼저 본 친구는 이직 얘기를 꺼냈어요. 옮기라는 말을 듣고 싶었을 거예요. 근데 옮기는 건 문제가 아니고 지금 일을 왜 못 놓는지부터 정리하라고 하셨습니다. 도망가려는 거면 어디 가도 똑같다고요.
두 번째 친구는 사람 문제였는데 그것도 시원한 말이 없었습니다. 상대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중인데 그건 안 바뀐다고요. 옆에서 듣는 제가 다 민망했어요 ㅋㅋ
제 차례에는 돈 얘기를 했습니다. 몇 년째 안 모인다고요. 그랬더니 주변에 돈 나가는 사람 있지 않냐고 물으셨어요. 있습니다. 몇 년째 빌려주고 못 받는 사람이요. 그 얘기는 꺼낸 적도 없었는데.
나와서 한동안 말이 없다가 근처에서 맥주 한잔했어요. 첫 잔 부딪히고 한 명이 그러더라고요. 기분 나쁜 건 아닌데 뭔가 걸린다고. 셋 다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두루뭉술한 말이 하나도 없었어요. 좋은 말 들으러 갔으면 실패한 날이었을 겁니다. 근데 셋 다 말 안 한 걸 정확히 짚혔어요. 그래서 조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친구 하나는 이직을 미뤘고 저는 못 받은 돈 얘기를 그 사람한테 꺼냈어요. 아직 못 받았지만 매달 신경 쓰이던 건 정리됐습니다.
저희는 문자로 예약하고 갔어요. 이름이랑 생년월일시, 뭐 물어보고 싶은지 두어 줄 적어 보냈더니 시간 잡아주셨습니다. 여럿이 가도 한 명씩 따로 보니까 각자 물어볼 걸 정해가는 게 낫더라고요. 저는 앞 사람 얘기 듣다가 제가 뭐 물으려 했는지 까먹을 뻔했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