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재계약이 어려울 것 같다는 문자를 받은 건 마감 청소를 하던 밤이었어요. 대걸레를 쥔 채로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죠. 부산에서 작은 가게 하나 꾸려온 지 몇 해가 됐는데, 자리를 비워달라는 말 한 줄이 이렇게 무거울 줄은 몰랐습니다.
옮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혼자 굴리던 고민
그날부터 머릿속이 온통 그 생각뿐이었어요. 아예 이참에 목 좋은 데로 옮겨볼까 싶다가도, 단골들 얼굴이 떠오르면 이 근처에서 다시 알아봐야 하나 싶고요. 장사라는 게 자리 하나로 분위기가 확 달라지니까 쉽게 정할 수가 없더라고요.
몇 주를 그렇게 보내다가 문득 단골 손님이 지나가듯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부산에서 신점 잘 본다고 소문난 귀문사 얘기였는데, 겁을 주지 않고 차분하게 봐준다고 했던 게 기억에 남아 있었거든요. 답을 대신 받으러 간다기보다 생각을 한 번 정리하고 싶어서 연락해보기로 했습니다.
문자로 예약하고 다녀온 상담
예약은 문자로 했어요. 이름과 생년월일시, 그리고 가게 자리 문제로 상담받고 싶다는 내용을 짧게 보냈더니 가능한 시간이 정리돼서 답장이 왔습니다. 전화 통화가 부담스러운 저 같은 사람한테는 문자 예약이 확실히 편하더라고요.
이름과 생년월일시, 고민 내용을 적어 문자로 보내면 확인 후 답장이 와요.
상담 자리에서는 요즘 상황을 두서없이 풀어놨는데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셨어요. 제일 궁금했던 두 가지, 자리를 옮기는 게 맞는지 옮긴다면 언제가 좋은지를 여쭤봤죠. 큰일 난다는 식의 말은 한마디도 없었고, 지금 흐름이 어떤지 서두르면 뭐가 아쉬운지를 차근차근 짚어주시더라고요. 시기를 넉넉히 두고 천천히 알아보라는 쪽으로 정리해주셨는데, 굿이나 부적 얘기는 먼저 꺼내지도 않으셨어요.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대단한 정답을 받은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몇 주 동안 뒤엉켜 있던 생각이 순서를 갖추는 느낌이었달까요. 옮긴다 안 옮긴다부터 정하려 들지 말고 기준부터 세우라는 말이 특히 오래 남았습니다.
근처 밀면집에서 물밀면 한 그릇, 수육 한 접시
상담을 마치고 나오니 오후 볕이 한창이었어요. 아침부터 긴장해서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그제야 허기가 몰려오더라고요. 마침 근처에 밀면집이 보여서 망설임 없이 들어가 물밀면부터 시켰습니다. 살얼음 뜬 육수에 면이 소복하게 말려 나오는데,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했어요.

육수를 한 모금 마시니까 그동안 조였던 속이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양념을 살짝 풀고 면을 크게 한 젓가락 집었는데, 쫄깃하게 씹히는 맛에 정신없이 그릇을 비웠네요. 마음이 한 번 가벼워진 뒤라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달게 느껴졌습니다.

혼자 먹기 아쉬워서 수육도 작은 걸로 하나 곁들였어요. 따뜻한 수육에 석박지를 얹어 먹으니 이게 또 별미더라고요. 밀면의 시원함과 수육의 뜨끈함을 번갈아 오가다 보니 어느새 접시가 바닥을 보였습니다.

상담에서 들은 말이 다 맞을지는 지나봐야 알겠지요. 그래도 혼자 끙끙대던 고민을 밖으로 꺼내놓고 따뜻한 한 끼로 하루를 닫고 나니, 다시 가게로 돌아갈 힘이 생겼어요. 저처럼 가게 자리 문제로 머리가 복잡한 사장님이 계시다면, 답을 받으러 간다는 마음보다 생각을 정리하러 간다는 마음으로 한 번 다녀오시는 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