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앞 복도 의자에 앉아서 벽에 붙은 표지판만 삼십 분째 쳐다봤어요. 앞 사건이 안 끝나서요. 그날도 십오 분 만에 끝났습니다. 다음 기일 잡고 나왔어요. 이걸로 다섯 번째였습니다.
끌면 끌수록 니가 닳는다는 말을 들었어요
마흔둘이고 부산 살아요. 그날 다녀온 데가 귀문사예요. 부산에서 점집 얘기 나오면 결국 이 이름이 나와서 저도 딴 데는 안 알아봤습니다.
거래처하고 돈 문제로 시작된 일이에요. 작년 여름에 소장 넣었으니까 일 년 이 개월째입니다. 변호사는 시간이 걸릴 뿐이지 방향은 나쁘지 않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도 밤에 잠이 안 왔어요. 아침에 눈 뜨면 그 생각부터 나고, 일하다가도 자꾸 서류를 다시 열어보고 있더라고요.
문자로 먼저 물었어요. 소송 중인데 이런 것도 봐주시냐고요. 봐주신다고 해서 날짜를 잡았습니다. 가서는 재판 얘기부터 꺼냈어요. 이길 것 같냐고요.
그런데 그 질문에는 답을 안 하시더라고요. 대신 제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으셨어요. 밥은 먹느냐, 자다 깨느냐, 사람 만나느냐. 다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이미 지고 있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판결이 어떻게 나든 이대로 일 년 더 끌면 남는 게 없다고요. 사건은 사건대로 두고 네 생활을 먼저 돌려놓으라는 말이었어요.
돈 문제로 시작한 일에 자존심이 붙어서 못 놓고 있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 말에 좀 멍했어요. 사실 중간에 상대 쪽에서 절반 정도로 마무리하자는 얘기가 한 번 왔었거든요. 제가 괘씸해서 안 받았어요.
다녀와서 변호사한테 합의 가능성을 다시 물어봤습니다. 지금은 그쪽 답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서류 다시 여는 횟수는 확실히 줄었어요. 그것만도 어딘가 싶습니다.
예약은 귀문사에 문자 넣으면 되는데, 무슨 일로 보러 가는지 한 줄 적어 보내면 그쪽에서도 준비가 돼요. 저처럼 소송 중이라 애매한 경우엔 미리 말해두는 게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