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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궁 같이 가자던 대학 동기, 돈까스집에서 한 말 (대구 점집 후기)

토요일 아침에 대학 동기한테 전화가 왔어요. "니 오늘 뭐하노. 무령궁 예약해 놨는데 혼자 가기 좀 그렇다." 남자 둘이 점 보러 가는 그림이 좀 웃기긴 했는데 저도 물어볼 게 있어서 따라나섰어요.

마음에 둔 아파트가 하나 있는데, 대출 끼고 지금 살지 몇 달째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었거든요.

대기실에 덩치 큰 남자 둘이 나란히 앉아 있으니 좀 멋쩍어서 둘 다 괜히 휴대폰만 봤어요 ㅋㅋ 오는 차 안에서 물어볼 순서까지 정해 놨는데 막상 이름 불리니까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동기가 주말부부 얘기를 먼저 꺼냈고 그다음이 제 차례였어요. 동기는 주말부부를 언제 끝낼지 물었는데, 누가 짐을 쌀지부터 둘이 정하라는 말을 저도 옆에서 같이 들었어요. 제 집 얘기를 꺼내니까 계산은 열심히 했는데 집사람 몫은 안 넣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가만 생각해 보니 몇 달 동안 대출 계산만 혼자 하고 집사람한테는 숫자 하나 안 보여 줬어요. 도장 찍기 전에 둘이 마주 앉아서 그 계산부터 다시 해 보라고 하셨어요.

옆에서 듣던 동기가 "니 와이프 얘기는 여태 한 번도 안 하더라" 하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ㅋㅋㅋ

무령궁에서 나와서 간 돈까스집은 동기가 고른 곳이었어요. 대학 때 시험 끝나면 가던 경양식집이랑 똑같이 생겼다고, 메뉴판도 안 보고 둘 다 같은 걸로 시켰어요.

주황빛 소스를 듬뿍 부은 옛날 돈까스와 마카로니, 완두콩, 깍두기와 빨간 양념 면이 놓인 테이블 젓가락이 걸쳐진, 먹다 남은 양배추 샐러드 접시가 놓인 나무 테이블

접시 절반을 훌쩍 덮는 돈까스에 주황빛 소스가 흥건하게 부어져 나오고, 옆에 마카로니랑 완두콩이 조금씩 올라가 있었어요. 빨간 양념 얹은 면도 한 접시 따라 나왔고요. 처음엔 둘이 말없이 썰기만 했는데, 양배추 샐러드도 반 넘게 집어 먹고 깍두기 더 달라고 하고 동기 접시에 남은 면까지 제 쪽으로 넘어오고 나서야 젓가락을 내려놨어요 ㅋㅋㅋㅋ

등 따습고 배부르니까 그제야 아까 들은 말이 머리에 들어오더라고요. 계산하고 나오는데 동기가 "니 집 사면 집들이는 돈까스로 해라" 해서 한참 웃었어요.

예약은 동기가 무령궁에 문자로 잡아 둔 거라 저는 몸만 따라갔는데, 다음엔 제 이름으로 직접 넣어 볼까 해요. 이번엔 이름 불리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으니 그땐 집사람 얘기부터 꺼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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