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간 자리였어요. 셋이 펜션 잡고 고기 구워 먹고 늦게까지 떠들다가, 새벽에 한 명이 울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다들 알고 있었고 아무도 먼저 묻지 않고 있었어요.
셋이 스피커폰 앞에 앉았어요
삼십 대 중반 셋입니다. 운 친구는 작년에 헤어졌는데 아직 그 사람 소식을 건너 듣고 있어요. 그만 들으면 되는 걸 못 그만두고 있다는 게 본인도 답답한 거죠. 다음 날 아침에 다른 친구가 대구 무령궁 얘기를 꺼냈습니다. 전화로도 봐주신다고 들었다면서요.
문자로 먼저 물어보고 시간 맞춰 걸었어요. 스피커폰을 켜놓고 셋이 둘러앉았습니다. 원래는 운 친구만 보려던 건데 막상 시작하니까 옆에서 듣던 둘도 하나씩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친구한테는 그 사람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을 끊으라고 하셨어요. 그 사람이 아니라 전해주는 쪽을요. 듣고 나서 친구가 한참 말이 없었는데, 나중에 저희한테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그 사람 소식을 먼저 물어본 적도 많았다고요.
저는 회사 옮기는 걸 물었습니다. 지금 자리가 나쁘진 않은데 계속 다른 데를 보고 있다고요. 옮기지 말라는 말도, 옮기라는 말도 아니었어요. 지금 보고 있는 데가 지금 있는 데랑 뭐가 다른지 적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세 줄이 안 나오면 옮길 이유가 아직 없는 거라고요. 돌아와서 적어봤는데 두 줄에서 막혔어요.
전화를 끊고 나니 오전이 다 갔습니다. 짐 싸서 나오는 길에 회를 먹으러 갔어요. 셋 다 전날 술을 마셔서 뜨끈한 게 당길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찬 게 먹고 싶더라고요.
먹으면서는 점 본 얘기를 별로 안 했어요. 대신 전날 밤에 못 물어본 걸 그제야 서로 물어봤습니다. 언제부터 그랬냐, 왜 말 안 했냐 같은 것들이요. 전화 한 통이 그 문을 열어준 셈이었어요.
돌아오고 한 달쯤 됐는데 친구는 그 사람 소식을 전해주던 지인이랑 연락을 줄였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세 줄을 못 채웠어요. 전화로 볼 때는 문자로 먼저 시간을 잡고, 무슨 일로 보려는지 짧게 적어 보내면 됩니다. 저희처럼 멀리 있어도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