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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궁 후기, 친정 걱정에 남편 이직까지 겹친 수성구 아줌마의 하루
새벽 두 시 넘어서 거실 불만 켜놓고 혼자 앉아 있었어요. 낮에 친정 엄마 검사 결과 듣고 온 날이었고, 남편은 옮기려는 회사에서 연락 기다린다고 폰만 들여다보다가 먼저 잠들었고요. 수성구에서 애 둘 키우면서 이렇게 오래 못 잔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하나만 있어도 벅찬데 두 개가 같은 달에 몰려오니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며칠을 그러고 다니니까 회사에서도 티가 났나 봐요. 옆자리 동료가 무슨 일 있냐고 묻길래 털어놨더니, 자기도 작년에 시어머니 일로 다녀왔다면서 무령궁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대구에서 점집 찾아보면 늘 맨 앞에 나오는 데라고, 겁주는 말 안 하고 담담하게 짚어준다고요.
예약이 밀려서 며칠을 기다렸어요
그날 점심시간에 바로 문자를 넣었어요. 이름이랑 생년월일시, 친정 부모님 건강이랑 남편 이직 문제로 고민이라고 두 줄 적었더니 답장이 왔는데, 앞에 예약이 차 있어서 며칠 뒤로 잡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좀 실망했는데 한편으로는 그만큼 사람들이 찾는 데구나 싶기도 했어요. 기다리는 동안 남편 생년월일시도 다시 확인해서 미리 적어뒀고, 엄마한테는 말 안 하고 혼자만 알고 있었어요.
상담은 생각보다 담담했어요
예약 날 오전 반차를 내고 갔어요. 앉자마자 제 얘기부터 길게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먼저 집안에 편찮으신 어른이 있네, 하고 짚으시더라고요. 엄마 얘기라고 하니까 올해는 크게 넘어야 할 고비라기보다 곁에서 챙기면서 지나가는 시기라고, 대신 아버지 쪽도 같이 살피라고 하셨어요. 남편 이직은 지금 들어온 자리보다 겨울 지나고 나오는 자리가 더 맞으니 급하게 잡지 말라고요. 겁주는 말이나 뭘 하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어요. 점이 다 맞는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머릿속에 뒤엉켜 있던 두 가지에 각각 순서가 생기니까 그제야 숨이 좀 쉬어지더라고요.
골목 안 밥집에서 늦은 점심
나오니까 한 시 반이 넘어 있었어요. 아침도 거른 채라 근처 골목 안 밥집에 들어갔는데, 소스 끼얹은 튀김 요리에 단무지랑 양파 절임, 오이를 곁들여 주는 집이었어요. 동네 분들이 평소에 다니는 그런 분위기였고요. 혼자 먹는데도 이상하게 밥이 잘 넘어갔어요. 며칠 만에 제대로 앉아서 먹은 끼니였던 것 같아요.
그날 밤에는 잤어요
집에 와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별거 아니라고 좀 우겼고, 남편한테는 급하게 결정하지 말자고 했어요. 남편도 그 말을 듣고 싶었던 눈치더라고요. 그날 밤은 열두 시 전에 잠들었어요. 저처럼 집안일이 한꺼번에 몰려서 잠이 안 오는 분이라면 한 번 다녀와도 괜찮겠다 싶어요. 예약은 무령궁 문자로 하면 되는데, 저처럼 며칠 기다릴 수 있으니까 마음 정했으면 미리 넣어두는 게 좋아요. 결정은 어차피 각자 하는 거고, 정리하러 간다는 마음이면 충분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