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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무령궁 후기, 가게 물려받을까 묻고 나와서 탕수육 세트 싹 비운 날

아빠가 또 물었어요. "니 가게 함 맡아 볼 생각 없나." 올해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요 ㅋㅋ

회사 그만두기 전에 주말에 가게부터 한번 서 보라고 하셨어요.

부모님이 대구에서 식당을 하세요. 저는 회사 다니면서 가게 일은 명절에나 거드는 정도였고요. 가끔 돕는 거랑 아예 들어가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라 몇 달째 대답을 미루고 있었어요.

이 얘기를 친구한테 했더니 그 자리에서 무령궁을 찾아서 문자로 예약을 잡아 버리더라고요. "니 혼자 두면 일 년 더 끈다" 이러면서요 ㅋㅋㅋ

들어가서 가게 얘기를 꺼냈는데 가게보다 부모님 건강을 먼저 물으셨어요. 그러고 나서 들은 말이, 배우러 들어가는 건 좋은데 통째로 넘겨받는 건 서두르지 말라는 거였어요. 회사를 당장 그만둘지 말지보다 주말에 가게에 한번 서 보고 그다음에 생각하라고요. 이래라저래라 정해 주시는 게 아니라 순서를 알려 주신 느낌이라 오히려 마음이 편했어요.

친구는 그냥 따라온 거였는데 옆에서 연애 얘기 하나 슬쩍 물어봤다가 저보다 더 오래 앉아 있었어요.

나오자마자 친구가 "야 배고파 죽겠다" 해서 근처 중국집에 들어갔어요.

군만두 두 개가 곁들여 나온 탕수육 한 접시와 단무지 짜장 소스를 두른 볶음밥과 짬뽕, 국물 두 그릇, 탕수육이 차려진 테이블

둘이서 탕수육 세트 하나 시켰는데 짬뽕이랑 볶음밥이 같이 나오고 군만두도 두 개 딸려 나오더라고요. 테이블이 꽉 찼어요. 친구가 "이거 둘이 다 못 묵는다" 했는데, 탕수육 몇 점 집어 먹고 짬뽕 국물 한 숟갈 뜨고 볶음밥 비비고 하다 보니 어느새 접시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어요 ㅋㅋㅋㅋ

홍합과 목이버섯이 올라간 짬뽕 한 그릇

먹는 동안은 점 얘기를 한마디도 안 했어요.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더니 딱 그랬네요. 대신 저는 자꾸 가게 안을 보게 되더라고요. 단무지 떨어진 테이블을 먼저 알아채고 채워 주시는 거, 주방이랑 홀 사이를 몇 번이나 오가시는지 같은 거요. 식당 집 딸이라 그런가 봐요.

이번 주말엔 가게 나가 보기로 했어요. 아빠한테는 아직 무령궁 얘기는 안 했고요 ㅎㅎ

무령궁은 문자로 예약하면 되는데, 물어볼 걸 두세 가지로 정리해서 같이 보내면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어요. 친구랑 같이 가는 것도 괜찮았어요. 혼자였으면 못 꺼냈을 얘기를 옆에 누가 있으니까 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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