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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후기

이사 얘기 하러 혼령사 갔다가, 남편이랑 칠리새우에 소주 한 잔

전세 만기가 넉 달 남았어요. 옮길지 말지로 남편이랑 한 달째 같은 얘기만 하다가, 제가 혼령사에 다녀왔어요. 남편한테는 친구 만난다고 하고요 ㅋㅋ

혼령사에서 집 얘기를 꺼냈더니 어디로 가고 싶은지보다 왜 지금 집이 불편한지를 먼저 물으셨어요. 솔직히 말하면 집이 불편한 게 아니라 남편이랑 매일 같은 얘기 하는 게 불편했던 거였어요. 그 말을 제 입으로 하고 나니까 좀 민망했어요.

옮기는 건 괜찮은데 급하게는 말라고 하셨어요. 봄 지나서 보라고. 그 말 듣고 나니까 넉 달이 갑자기 길게 느껴졌어요.

저녁에 남편한테 혼령사 다녀왔다고 했어요. 뭐라 할 줄 알았는데 그래서 뭐래, 하고 끝. 그러더니 밥 먹자고 중국집으로 데려갔어요.

칠리새우 하나만 시키려다 크림이 반 섞인 걸로 바꿨고, 남편이 마파두부를 추가했어요. 소주는 반 병만 하자고 해 놓고 마파두부에 밥까지 비비다 보니 한 병이 비어 있었어요 ㅋㅋㅋ

양상추 위에 올린 칠리새우와 크림소스 새우바닥이 보이도록 거의 다 먹은 마파두부 팬과 국자

밥이 보약이라더니 먹고 나니까 집 얘기가 처음으로 싸움이 안 됐어요. 봄 지나서 보자, 그 한마디로 정리됐어요. 남편이 혼령사에서 들은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웃겼어요.

혼령사는 문자로 생년월일이랑 물어볼 거 두 줄 보내서 시간 잡았어요. 처음이라 뭘 적어야 하나 했는데 그냥 집 문제라고만 써도 됐어요.

집에 오는 길에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다음엔 자기도 같이 가 보겠다고. 그 말이 오늘 들은 말 중에 제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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