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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령사 후기, 다녀와서 스테이크 굽다가 버섯까지 다 먹은 날

점 보고 오면 입맛 없다던데 저는 반대였어요 ㅋㅋ 집에 오자마자 고기부터 꺼냈습니다.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배가 더 고팠어요.

인천 산 지는 오래됐는데 점집은 거의 처음이었어요. 혼령사는 아는 언니가 몇 번 얘기해서 이름만 알고 있었고, 문자로 생년월일이랑 물어볼 거 두 줄 적어 보내서 시간 잡았습니다.

혼령사 들어가니까 생각보다 조용하고 차분했어요. 긴장해서 앉자마자 물 한 잔부터 마셨습니다. 올해 남은 두 달 어떠냐고 물었는데 돈 얘기보다 사람 얘기를 먼저 하셨어요. 요즘 내 편이라고 믿는 사람한테 너무 기대고 있다고요. 듣는 순간 좀 뜨끔했습니다.

그다음 말이 오히려 마음 편했어요. 그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제가 혼자 정하는 걸 미루고 있는 거라고. 맞는 말이라 대꾸할 게 없었어요 ㅋㅋㅋ 사실 뭐 물으려고 적어 간 게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얘기 듣다가 까먹었어요.

혼령사 나오는데 이상하게 배가 고팠어요. 마트 들러서 스테이크 한 덩이랑 버섯 한 팩 샀습니다.

무쇠 팬에 썰어 담은 스테이크와 밥 한 공기, 찌개 흰 그릇에 담은 버섯 구이와 도마 위 와사비, 머스터드

처음엔 한 덩이만 구우려 했어요. 굽다가 하나 집어먹고, 밥 꺼내고, 찌개까지 데우다 보니 고기가 한 덩이 더 팬에 올라가 있더라고요. 버섯은 고기 기름에 볶았는데 이게 고기보다 먼저 없어졌어요 ㅋㅋㅋㅋ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다 먹고 나니까 아까 혼령사에서 들은 말이 그제야 차분하게 정리됐어요. 먹으면서 메모장에 적어 둔 것도 있어요. 미뤄 둔 거 하나, 내가 정할 거 하나.

혼령사 다녀와서 무섭거나 찝찝한 기분은 하나도 없었어요. 밀린 숙제 하나 받아 온 느낌이에요. 오늘은 배부르게 먹었으니까 내일부터 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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