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잔뜩 흐린 날이었어요. 엄마가 예약 잡아 놨으니 운전만 해 달래서 따라나섰어요 ㅋㅋ
엄마는 동네 아는 분한테 인천 혼령사 얘기를 듣고 몇 주 전부터 한번 가 보자고 하셨어요. 문자로 엄마랑 제 생년월일을 같이 보내서 날을 잡았대요. 저는 차에서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옆에 같이 앉게 됐어요.
엄마는 아빠 일이랑 집 문제를 물어보셨고 저는 듣기만 했어요. 그런데 혼령사 선생님이 저를 보시더니 요즘 하던 일 놓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냐고 하셨어요. 엄마한테도 아직 말 안 한 거였거든요. 엄마가 옆에서 빤히 쳐다보는데 진짜 민망했어요 ㅋㅋㅋ
그렇다고 당장 그만두라는 얘기는 아니었어요. 지금 자리에서 정리할 걸 먼저 정리하고, 움직이는 건 그다음이라고 하셨어요. 그 말에는 엄마가 저보다 더 크게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혼령사 나와서는 둘 다 말이 없었어요. 그냥 길 건너 보이는 육개장집으로 들어갔어요.
국물을 한 숟갈 뜨고 나서야 엄마가 왜 말 안 했냐고 물으셨어요. 대답하는 동안 밥을 반 공기 말았고, 김치를 한 번 더 달라고 했어요. 계란말이는 엄마가 자꾸 제 쪽으로 밀어 주셔서 거의 제가 먹었고, 마늘장아찌는 엄마가 다 드셨어요. 오뎅볶음까지 비우고 보니 반찬을 두 번이나 더 받아 먹었더라고요 ㅋㅋㅋㅋ
시장이 반찬이라는데 그날은 반찬이 말을 대신해 준 것 같아요. 육개장이 맵고 뜨거워서 코 훌쩍이는 것도 티가 안 났어요.
혼령사에서 들은 얘기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랑 한 번 더 짚었어요. 정리할 거 먼저 하고 움직이는 건 그다음에요. 갈 때는 제가 운전했는데, 올 때는 엄마가 운전하겠다고 하셔서 조수석에 앉아서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