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모둠 접시가 부채꼴로 돌아가며 놓이는데 남편이 가운데 소금 종지를 가리키면서 기름진 부위는 여기 찍어 먹는 거라고 아는 척을 했어요. 딸은 그 말에 웃고, 저는 웃는 척만 했어요. 낮에 들은 얘기가 아직 머릿속에서 빙빙 돌고 있어서요.
저는 서울에 살고 올해 쉰셋이에요. 딸이 결혼하겠다고 사람을 집에 데려온 게 봄이었는데, 그 뒤로 잠자리에 누우면 괜히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낮에 태자신당에 다녀왔어요.
계모임 언니가 알려준 이름
사위 될 사람이 못된 사람은 아니에요. 인사 잘하고 딸한테 다정하고, 흠잡을 데가 딱히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안 놓이는 거예요. 직장을 몇 번 옮겼다는 얘기, 상견례 날짜를 잡자고 하면 조금만 더 있다가 하자는 대답, 그런 게 하나씩 쌓이니까요. 남편한테 말하면 당신이 예민한 거라고 하고, 딸한테는 말을 꺼냈다가 사이만 틀어질 것 같고요. 그러다 계모임에서 한 언니가 며느리 볼 때 태자신당에서 봤다고, 서울에서 신점 보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다 아는 데라고 하더라고요. 그날 밤에 문자로 이름이랑 생년월일시를 보냈는데, 예약이 밀려 있어서 며칠 기다렸다가 날을 받았어요.
앉자마자 딸 얘기부터 나왔어요
그날은 남편한테 친구 만난다고 하고 혼자 갔어요. 제가 사위 얘기를 길게 꺼내기도 전에 딸 성격부터 짚으시는데, 고집이 세고 한번 마음을 정하면 뒤를 안 돌아보는 아이라는 말이 딱 우리 딸이었어요. 상대에 대해서는 심성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 자리를 잡는 게 남들보다 조금 늦는 편이라고, 그래서 엄마 눈에는 불안해 보일 수 있다고 하셨어요. 결혼 시기는 올해 안에 서두르는 것보다 내년 봄 지나서가 낫겠다고, 상견례도 그쪽에 맞춰서 잡아보라는 말씀이었고요. 부적 얘기나 겁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어요. 사십 분쯤 앉아 있다가 나왔는데, 몇 달 동안 혼자 끌어안고 있던 걸 밖에 꺼내놓고 나니까 어깨가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었어요.
저녁은 동네 참치집에서
저녁에는 딸이 퇴근하고 오기로 해서 셋이 단골 참치집으로 갔어요. 코스로 시키면 상차림이 차례로 나오는 집인데, 그날은 모둠이 먼저 부채꼴로 깔려 나왔어요. 가운데 소금 종지가 박혀 있어서 남편이 아까 그 아는 척을 한 거고요. 새우튀김이 손가락보다 길게 나와서 딸이 그것만 두 개를 집어갔어요. 저는 젓가락질을 하면서도 낮에 들은 얘기를 언제 꺼내나 눈치만 보고 있었고요.
마무리로 김치우동이 뚝배기에 나왔어요. 국물을 떠먹다가 딸한테 슬쩍 물어봤어요. 결혼 급하게 안 해도 되지 않냐고. 그랬더니 딸이 자기도 내년 봄쯤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 사람이랑도 얘기가 됐다고요. 순간 우동 국물이 목에 걸리는 줄 알았네요. 남편은 그것 봐라, 애들이 알아서 한다니까, 하면서 우동을 한 그릇 더 시켰고요.
점이 다 맞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도 사위감 흉을 보러 간 게 아니라 딸 마음을 들으러 간 자리였던 것 같아서, 저녁 내내 딸 얼굴 보는 게 전보다 편했어요. 저처럼 딸이 데려온 사람이 자꾸 걸리는 엄마들은 혼자 끙끙 앓지 말고 한 번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더라고요. 예약은 태자신당 문자로 하면 되는데, 마음먹었을 때 바로 넣어두는 게 낫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