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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신당 후기, 아버지 모시는 문제로 형과 부딪히다 혼자 앉았던 오후

카운터 옆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어요. 십 분인가, 그쯤. 주방에서 김발 마는 소리가 나는데 저는 그냥 휴대폰만 켰다 껐다 했어요. 남이 봤으면 뭐 하는 사람인가 싶었을 거예요 ㅋㅋ. 형이 단톡방에 보낸 메시지 두 개가 읽지 않은 채로 그대로 있었거든요. 저녁에 뭐라도 사 들어가겠다고 아내한테 말해둔 참이라, 상담 끝나고 지하철 타기 전에 역 근처 스시집에 들렀어요.

나무 식탁에 나란히 놓인 포장 용기 두 개, 위는 아보카도와 연근 튀김을 넣은 굵은 롤이고 아래는 연어 광어 새우 장어가 담긴 모듬 초밥
형을 설득하는 일이 아니라
이번 달 한 가지부터 정하는 일이었어요
서울 태자신당 후기 · 문자로 예약 · 가족 · 혼자 방문

서울 살고 올해 마흔둘이에요. 그날 낮에 혼자 다녀온 데가 태자신당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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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먼저 꺼낸 이름

아버지가 봄부터 편찮으세요. 처음엔 다리에 힘이 빠진다고만 하셨어요. 근데 여름 지나면서 혼자 계시는 게 어려워졌고요. 형은 요양병원을 알아보자는 쪽이고 저는 아직은 집에서 모시면서 통원하자는 쪽이었어요. 누나는 중간에서 말을 아꼈고요. 셋이 모여 앉으면 삼십 분을 못 넘기고 목소리부터 커졌어요. 병원 옮기는 문제, 간병인 문제, 누가 며칠씩 붙어 있을지 하는 문제가 한꺼번에 얽혀 있으니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게 좀. 몇 달 그러고 나니 나중에는 아버지 걱정보다 형이랑 부딪히는 게 더 무거웠어요. 무거웠다기보다는, 아니 무거운 게 맞나 싶기도 하고요.

아내가 어느 날 저녁에 설거지하다가 그러더라고요. 혼자 끙끙대지 말고 어디 가서 얘기라도 털어놓고 오라고. 티가 그렇게 났나 봐요 ㅎㅎ. 회사 선배가 몇 해 전에 다녀와서 마음 추스른 데가 있다면서 이름을 알려줬어요. 예약은 문자로 넣으라고 해서 그날 밤에 제 생년월일하고 아버지 태어난 날을 적어 보냈어요. 답은 바로 안 왔고 다음 날 오전에 왔는데, 그 주는 어렵다는 얘기였어요. 되는 요일을 몇 개 적어서 다시 보내고 나서야 날짜가 잡혔고요.

혼자 앉아서 들은 말

아내가 같이 가주겠다고 했는데 이건 혼자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냥 갔어요. 앉자마자 아버지 얘기부터 물으실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저부터 보시더라고요. 그 말 듣고 좀 멍했어요, 저는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맏이도 아니면서 맏이처럼 짊어지려는 성격이라 집안일이 생기면 유독 힘이 부친다는 말이 나왔어요. 아버지 쪽으로는 올겨울을 조심스럽게 넘기라고 하시면서, 병은 병원에서 보는 거고 여기는 마음자리를 보는 데라고 먼저 선을 그으셨어요. 형과는 지금 마주 앉아 결론을 내려고 하면 서로 상처만 남으니 세 가지를 한꺼번에 정하지 말고 하나씩 떼어서 정하라는 얘기를 길게 하셨고요. 무슨 일이 난다는 식으로 겁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어요. 중간에 제가 말이 막혀서 한참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재촉도 안 하시더라고요. 나오면서 시계 보니까 한 시간쯤 지나 있었어요. 사십 분인가 그쯤 될 줄 알았는데.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아까 들은 순서를 머릿속으로 몇 번 되짚었어요.

집에 와서 식탁에 두 개를 나란히 올려놓고 뚜껑을 열었어요. 위에 놓은 건 굵게 만 롤인데 자른 단면마다 아보카도가 초록으로 비치고 연근 튀김이 한 조각씩 얹혀 있었어요. 아래는 모듬이고 열 점 남짓, 연어하고 광어, 새우, 장어에 계란까지 골고루 있었고요. 아내가 분홍 젓가락 꺼내 놓으면서 어땠냐고 묻길래, 형한테 전화 한 번 해보려고 한다고 했어요. 새우 한 점 집어 먹는데 며칠 만에 밥이 목으로 제대로 넘어가더라고요. 그거 하나로 울컥한 건 좀 웃기지만 ㅋㅋ.

그 주말에 형이랑 둘이서만 만났어요. 요양병원을 갈지 말지부터 정하려던 건 일단 접어두고, 이번 달 통원 일정만 어떻게 나눌지 정하고 헤어졌어요. 그거 하나 정했을 뿐인데 단톡방 공기가 달라졌어요. 누나도 그제야 자기 생각을 조금씩 얘기하고요. 점을 봤다고 형제 사이가 저절로 풀리는 건 아니겠죠. 근데 제 안에서 순서가 서니까 말투부터 달라지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뭐랄까... 저처럼 형제끼리 말이 안 통해서 몇 달째 속만 끓이는 분이라면 한 번쯤 가서 털어놓고 오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예약은 태자신당 문자로 넣으면 되고요. 되는 날짜를 여러 개 적어 보내는 편이 답이 훨씬 빨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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